오늘 일이 있어서 통신사 대리점에 갔다. 난 여자로도 남자로도 패싱이 되지만 여자로 꾸미는 게 더 번거로운 일이기 때문에 그냥 귀찮아서 남자처럼 꾸미고 나갔다.

아무리 남자처럼 꾸민다 해도 머리카락의 길이와 색은 감출 수 없는 부분인데 이것 때문인지 직원이 음악 하는 사람이냐고 물어봤다. 물론 취미로 디제잉도 하고 그러지만 난 음악 하는 사람이 아니라 컴퓨터를 하는 사람이다. 머리가 길거나 염색을 과하게 한 남성은 음악을 하는 사람일거라는 고정관념으로 인해서 그 질문을 한 게 뻔해서 나는 너무 거슬렸다. 지루하지 않도록 아무 소재나 꺼낸 건 괜찮았지만 그럴거면 차라리 머리카락 색이 특이하다거나 하는 식으로 얘기를 했어야 한다. 이게 왜 기분이 나쁘냐 할 수도 있지만 외모만으로 전혀 관련 없는 사람의 직업과 연관지어 표현한 것이고 난 이 말을 수백 번도 더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이런 발언을 적게 하는 외국인에게도 똑같은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학교에서 원어민에게 영어 수업을 듣는데 내 머리스타일(그 때는 지금보다는 짧았다)을 보더니 밴드 같은 걸 하냐고 물어봤다. 그 외에도 모델이냐는 둥 온갖 외모로 인한 편견은 다 들어봤고 심지어 컴퓨터 하는 사람이라고 했을 땐 “전혀 그렇게 안 보인다”라는 말도 들었다. 체크남방에 거지꼴로 다니지 않으면 컴퓨터 하는 사람 같지가 않나? 컴퓨터는 머리로 하는 거지 머리카락과 옷 등으로 하는 게 아니다. 난 이런 고정관념들이 굉장히 거슬리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

스스로 그 스테레오타입을 방패와 핑계로 삼는 사람들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자신이 연애를 못하는 건 전공 때문이고 운동을 하지 않는 건 컴퓨터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라는 사람을 수 백 명 정도 본 것 같은데 자신이 게으른 걸 전공 탓으로 돌리지 말았으면 좋겠다. 나는 취미로 파쿠르를 하는데 그런 운동을 한다고 컴퓨터를 하는 사람으로서의 품위가 훼손 되는 게 절대 아니다. 자기들이 게으른 거야 나랑 별 상관은 없지만 최소한 내가 그런 운동을 한다고 했을 때 “IT하는 사람이 무슨 운동이야” 같은 말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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