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학교에서는 그냥 여자화장실을 쓰지만 일하러 가는 곳에서는 그럴 수가 없고 그렇다고 남자화장실을 갈 수도 없어서 인사과에 요청을 해 사람들이 안 쓰는 화장실 하나를 지정 받아 쓰고 있었다. 사람들이 안 온다고는 해도 불안해서 문을 아예 잠그고 쓰고 청소하는 분들이 자꾸 꿍시렁 거리는 게 들리는 문제는 있지만 아무튼 잘 쓰고 있었는데 오늘은 운동장에 공사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화장실 물이 안 나온다고 다른 건물의 화장실을 이용하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나는 애초에 5분 정도 걸어서 여기까지 오는 이유가 여기 말고는 쓸 수 있는 화장실이 없기 때문인데 다른 곳으로 가라는 안내문이 붙어 봤자 다른 곳을 갈 수가 없다. 산에 가서 노상방뇨를 할 수는 없으니 실장님께 말 해서 화장실을 구하든 조기퇴근을 하든 해결법을 찾아달라 했고 결국 다른 여직원 도움을 받아 잘 안 쓰는 다른 층 화장실 하나를 썼다.

내가 모르고 있던 것 두어 가지를 알게 되었다. 하나는 내가 쓰는 화장실이 꽤 시설이 안 좋은 편이었다는 것. 이 건물은 라디오 방송도 나오고 조명도 밝고 물도 뜨끈뜨끈에다가 비데도 설치가 되어 있다 (나는 비데 안 쓰는데 부가적으로 엉덩이 닿는 곳이 따뜻한 게 좋더라).
그리고 다른 하나는 중요한 건데 나에겐 화장실이 SPoF였다는 것. 다른 사람들은 화장실 하나에 문제가 생기면 그냥 다른 수많은 화장실 중에서 골라 가면 되지만 나는 오늘 같은 일이 생긴다. 화장실을 참아야 하고 물을 적게 마시게 되고 심리적으로 꼬이고.

일단 공사가 언제 끝날 지 모르니 다음 출근은 안 하고 리모트로 일하기로 했다. 적어도 학교나 내 집에서는 화장실을 못 갈 일은 거의 없으니까.

Necesejo
Toil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