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이 너무 심해졌다. 며칠 전엔 죽고 싶다는 감정보다는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고 싶은 느낌이 너무 심하고 계속 그 장면이 보여서 침대에 손을 묶어둬야 하나 고민까지 했다. 학교에 가서 그 얘기를 했더니 같이 병원에 가자고 한다. 그런데 교수님은 “그럼 1층에 살면 되지” 같은 말을 했다. 1층에 살면 편의점에 가서 락스를 사 올 의지가 생기겠지요.

어제는 모처럼 아침에 일찍 일어났는데 뭔가 아니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결국 출근도 하지 않고 연락을 하나도 안 받은 채 집에 숨어 있었다. 선배가 집에 있냐고 문을 두드렸는데 대답을 하면 죽어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조용히 있었다.

오늘은 학교에 가려고 대충 일어날 쯤에 누가 문을 두드렸다. 엄마가 또 말도 없이 찾아와서는 문을 열란다. 내가 집에 있는지 확인도 안 하고 가끔 이렇게 다짜고짜 찾아 오는데 난 음식점 배달원이든 누구든 1층 현관에서 도어벨로 호출하지 않고 바로 집 앞까지 오는 게 굉장히 무섭고 싫다. 이 건물 거주자도 아닌데 어디서 주워 들은 현관 암호로 들어왔다는 얘기니까.

1시간 정도 숨어 있어도 안 가길래 결국 문자로 경찰에 신고 했다. 망할 놈의 경찰은 믿을 게 못 된다. 밖에 수상한 사람이 자꾸 문을 두드린다고 문자로 신고를 했는데 기어이 전화를 걸어서 확인을 한다. 문 밖에 사람이 있다면서 왜 목소리가 작냐는 질문에 “문 밖에 사람이 있으니까 목소리가 작지 이 사람아” 하고 화를 냈다. 한국 경찰은 기본 개념부터가 없다. 결국 15분 넘게 걸려서 출동했고 아무도 없다고 그냥 갔다. 감시카메라 있다는 걸 알려줬는데 그거 하나 확인도 안 한다. 내 경우는 보기 싫은 엄마일 뿐이었지만 강도가 와도 이따위로 일을 처리할 거라는 건 확실하다.

내일 또 출근하는 날인데 아마 출근 하지 말고 병원에 가야 할 것 같다. 혼자는 절대로 못 가고 한 명에게 부탁해서 데려다 달라고 했다.

Kaŝi (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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