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 쯤에 화장실을 가려다가 문 앞에 쪽지가 붙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여자화장실은 여자만 들어오라며 여자가 되고 싶은 사람은 안 된단다.
트랜스젠더는 여자가 되려는 사람이 아니라는 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여태까지 말 해 왔고 더이상 말 하기도 질린다. 너무 화가 나서 화장실 문을 때리고 그냥 바로 집으로 왔다. 트위터에 그 쪽지를 올렸더니 사람들은 또 트랜스포비아가 저런다고 같이 비난을 해 줘서 마음이 조금 놓였다.

그러다가 RT가 조금씩 되다 싶더니 내가 굳이 멘션을 찾아 읽은 게 잘못이었다. 온갖 트랜스혐오자들이 몰려들어서 인신공격을 끝 없이 하는데 나는 50명 이상을 신고하고 차단했지만 끊임 없이 새로 계정을 만들어 오는 듯 했다. 결과적으로 신고를 통해 계정이 정지 된 건 2~3명 정도 밖에 되지 않았고 난 더이상 트위터의 운영마저 믿을 수가 없었다. 페이스북이야 말 할 것도 없고 이 세상에 있는 소셜미디어들은 규칙에는 분명 그런 행위들을 금지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너무 화가 났다.

그러다 갑자기 마스토돈이 떠올랐고 마스토돈은 원하는 누구나 인스턴스를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이 매혹적이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서 온갖 혐오에 노출당하는 게 나 뿐만이 아닌데 내가 직접 운영하면 그런 일이 없겠다 싶어서 얼른 VPS를 얻어서 마스토돈 인스턴스를 열었다. 장점은 꽤나 많았다. 내 인스턴스에 굳이 가입하지 않은 사람들을 원격으로 팔로우 할 수 있기 때문에 유저가 적은 걸 걱정 할 필요도 없고 트위터와 다르게 게시글마다 공개설정을 따로 할 수 있다. 누군가가 또 와서 괴롭히는 일이 있으면 관리자단에서 차단/뮤트하면 인스턴스 내부의 다른 사람들은 그런 일에 노출이 되지 않게 할 수 있으니 개인이 일일히 차단을 하는 노력을 들여가며 슬퍼지는 일도 없다.

나는 개인적으로 페미니스트라면서 트랜스젠더를 혐오하는 이들이 일반적인 시스젠더 남성이 헛소리를 하는 것보다 훨씬 싫다. 이들이 입에 달고 사는 말 중에 하나가 “남자들은 여자로 살아 본 적이 없으니 아무 것도 모른다, 그냥 가만히 듣기나 해라”인데 그 논리를 그대로 적용하면 본인들은 트랜스젠더로 살아 본 적이 없으니 그냥 듣기나 하면 될 것을 “꼬우면 너도 군대 가라”라고 말하는 남성들과 다를 게 하나 없는 말들을 한다. 자신의 발언에 모순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싫어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들이 페미니스트가 아니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여성이 차별받지 않도록 노력하는 게 보이기는 하지만 그걸 뒷전에 두고 트랜스젠더를 두들겨 패는데 바쁠 뿐이다. 장애인 인권운동가가 매일같이 흑인을 때려 죽이고 다닌다고 해서 장애인 인권운동가가 아닌 건 아니지만 그게 전혀 올바르지 않은 거랑 마찬가지로 TERF들은 그냥 트랜스젠더를 패기 위해 붙인 이름이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본인을 그냥 페미니스트라고 하면 될 것1을 굳이 앞에 트랜스 배제적 이라는 말을 붙이는 이유는 오히려 반대로 트랜스를 패는 걸 숨기기 위해 뒤에다가 페미니스트를 붙였을 뿐이다.

아무튼 난 성소수자들을 위해 마스토돈 인스턴스를 만들었고 주소는 qdon.space다.
성소수자들은 언제나 환영이고 성소수자가 아니어도 무지개 플래그에 관심이 있다면 환영이다. 퀴어혐오자는 거절한다.

Nacesejo (eo)
Toilet (en)

  1. 애초에 여성이 차별 받지 않아야 하는 건 당연한 건데 그걸 굳이 페미니스트라고 불러야 하는 것도 이상하다. 난 그래서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부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