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월도 다 지나간다. 내 흔적을 또 여기에 남긴다.

취업

엄마집에 살게 된 지도 벌써 2개월이 다 되어 간다. “12월까지만 쉬고 새 해엔 일을 해야지”라던 나는 어디 가고 여태 일자리를 구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엄마집에서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서 우울증이 심해졌기 때문에 지원서를 쓸 기력이 나질 않는다. 실제로 외주 받은 것도 손 대기가 힘들었고.

그래도 며칠 전에 기운 내서 씻고 나가서 일을 보고 왔더니 (결과적으로 중요한 게 없어서 일은 실패했지만) 나갔다 왔다고 기운이 나서 그 날 저녁에 외주 작업도 쭉쭉 풀었고 아무튼 기분이 나아진 걸 봐서는 앞으로도 별 일이 없더라도 나가야겠다. 주말마다 나가서 싸돌아다니기는 하지만 그건 여행에 가까운 수준이라 저녁에 뭘 할 수 있지는 않고 그냥 쌓인 스트레스를 녹여 주는 정도로 생각해야겠다.

좋은 일들

작년까지만 해도 나는 TG라서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살아 왔었다. 당연히 연애도 못 할 줄 알았는데 어쩌다 보니 연애도 하게 되니 정말 심리적인 안정에 꽤 도움이 된다. 세상에서 버려진 것처럼 느껴져도 최소한 한 명은 나를 생각해 준다고 생각하면 그만큼 도움이 되는 게 없다.
그와 별개로 사람들이 날 예쁘다고 해 주고 귀엽다고 해 주니 기분도 좋아지고 기운도 조금씩 난다. 근데 내가 어디가 귀엽다는 건지는 모르겠다.

TG로서의 계획

나는 완전히 이쪽에서 저쪽이 아닌 플루이드라서 딱히 수술을 할 생각은커녕 호르몬조차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 중이었다. 호르몬을 하면 불임이 되기 때문에 이왕에 양쪽의 삶을 살거면 아이를 가질 수 있는 몸을 유지하는 게 났겠다 싶은 이유였다. 그런데 돌아다니면서 호르몬을 하는 친구들도 보고 더 나아간 친구도 보니 조금 마음이 달라졌다.
아마 그것보다는 미약하게나마 호르몬으로 인해 몸과 마음이 변한 게 큰 것 같다. 예전의 나였다면 이해도 못 할 시스들의 심리적 행동을 내가 하고 있고 몸도 성욕의 속박에서 벗어나니 굉장히 편해졌다.

얼마 전에 내가 예전에 말 했던 “나는 아름답다”라는 글로 힘을 얻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내가 나를 찾아가며 싸우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하는데 앞으로도 나는 나를 찾으러 여기저기 헤맬 것 같긴 하다. 그 기록을 나중에 책처럼 보려고 여기에 글을 남기는 거기도 하고.

나는 뭘 하든 아름답다.
내가 아름인데 내가 뭘 하든 나 다운 거 아니겠어?
(2018-12-24 정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