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꿈에서 지하철로 고생하는 게 자주 나온다. 역의 모양은 다 조금씩 다르지만 결국 상황은 정확히 똑같은데 내가 가야 하는 목적지로 갈 수 없는 거다.

평범한 경우엔 내가 종점에서 2정거장 정도 떨어진 정거장에서 가운데쪽으로 두어 정거장을 가야 하는데 그 방향으로 가는 전철이 없다. 열차가 오기 전부터 없다는 걸 알고 있고 종점으로 간다는 걸 알면서도 타버린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역에서 내릴 때 반대편 문이 열려서 레일 하나 분량을 뛰어 넘어야 한다거나 플랫폼에 제대로 내렸는데 거기에서 갈 곳이 없어 결국 또 레일 하나 분량을 뛰어 넘어야 한다.

심하면 지하철 역 자체가 지하 깊숙히까지 미로처럼 얽혀 있고 난 거기에서 어떤 열차를 타야 하는지, 목적지가 어딘지조차 모른다. 그저 그 미로같은 역 안에서 헤매면서 지상으로 나갈 수 있기는 한 건지 생각할 뿐이다.

의사는 꿈이 별 거 아니라고 신경 쓰지 말라고 했지만 꿈은 분명 내 현재의 심리 상태를 반영해서 나타난다. 스트레스가 많을 때 나오는 꿈도 따로 있고 기분이 좋은 날 꾸는 꿈도 따로 있다.
요즘 이 지하철 꿈이 자주 나와서 조금 생각을 해 봤는데 미래가 어둡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꿨던 것 같다.

학교를 졸업한 뒤에 해결해야 할 것들이 있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걸 느꼈을 때,
졸업을 하기 위해 논문을 써야 하지만 주제조차 생각이 안 날 때,
지금 하고 있는 일도 분명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닌데 벌써 몇 주 째 질질 끌고 있다는 걸 자각했을 때,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내가 앞으로 더 살아가야 하나, 그냥 죽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만 하다가 밤을 새게 되고 결국 또 지하철 꿈을 꾸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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