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무겁다. 남들은 집에 가면 무거운 가방을 내려 놓는 것 같은데 나는 집에 와도 무겁다. 현관을 나가면 또 더 무거워 진다. 밖을 나가기가 무섭다. 집에 있어도 무섭다.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신체를 쓰는 능력도 머리를 쓰는 능력도 점점 떨어지는 게 느껴진다.

죽고 싶어도 죽을 용기나 힘도 안 난다. 온갖 방법을 생각해 봤는데 음료수를 여러 병 사서 한 병에만 메탄올을 섞고 잊을 때 쯤 마시게 되는 것도 생각해 봤지만 약국에 갈 힘도 없었다. 가스 중독도 집에 가스레인지가 없고 고통스러워서 결국 바깥 바람을 찾아가게 됐다. 질소 같은 건 고통 없이 자기도 모르게 죽는다고 하는데 질소를 구할 수가 없다. 먹고 싶지 않아서 3일간 먹지 않다가도 뭔가를 먹어버린다.

정신이 미쳐버린 사람들이 악마의 목소리가 들린다고 하는 게 비유적 표현인 줄 알았다. 비유가 아니었다. 정말로 환청이 들리는 건 아니지만 누군가가 머리를 잡고 당기는 것처럼 그렇게 해야만 할 것 같은 무음의 소리가 자꾸 들린다. “넌 살면 안 되니까 침대에서 나가지 마”, “화장실도 가지 마”, “현관을 나가면 넌 죽어”

이제 그만 하고 싶다. 다 끝났으면 좋겠는데 끝나질 않는다. 내 머리도 쪼개버리고 싶고 배도 갈라버리고 싶다. 아무렇게나 찢어져서 길바닥에 굴러다니고 싶다.